타고난 복(운명)일까?

2024. 12. 24. 05:59마음의 양식/좋은 글



어느 고을에 한 자매가 있었다.
언니를 시집 보내려는데

신랑이 가난한 소치기였다.

가난이 싫어서 시집가지 않겠다고 울며 떼를 쓰자
동생이 옆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자
언니가 토라진 얼굴로 “그렇다면 네가 시집갈래?”
이렇게 얼떨결에 동생에게 결혼을 떠넘겨

동생이 먼저 시집가고
언니는 어느 돈 많은 부자 집에 시집갔다.

동생의 신랑인 소치기는

과거에 연이어 급제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고위직으로 승진했고

언니의 신랑은 계집질과 방탕한 생활로
연이어 가세가 기울어 사는 형편이 말할 수 없이
가난에 쪼들리게 되었다.

언니는 동생보기에 부끄럽고 자신의 신세는 처량하여
결국 머리를 깎고 출가하고 말았다.

동생의 신랑은 더욱 진급하여 인사차 친정에 들러서

언니가 있는 절에 소식을 전했고
이에 돈 100냥을 비단에 싸서 함께 보냈다.

그러자 언니는 펴보지도 않고 발칵 화를 내며
이런 비단은 필요 없다. 보내려면 돈을 보내라”며
다시 돌려보냈다.

이에 동생의 신랑은

언니는 100냥을 받을 복이 안 되는구나.
많이 보내면 감당치 못할 것 같으니 이것만 전해라”며
50냥의 돈만 보냈고 그 이야기를 듣자
언니는 더욱 자신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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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聊齋志異)라는 중국고서에 실린 이야기다.
주로 기인한 이야기를 채집하여 수록한 글이다.

이야기는 아주 짧지만 인생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이다.

타고난 복이 없으니

돈이 들어와도 그걸 받지 못한다.
언니의 운명은 저절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에서 결정되었다.
자신의 결혼도 사람의 능력을 헤아리지 못해서

좋은 자리는 놓쳐버렸고,
여유롭고 넉넉하지 못한 성품은 자신에게 들어온 돈도

다 받지 못하는 조급함을 보였다.

과연 자신의 타고난 운명이 박복하여

성품도 거기에 맞춰져 조급하게 운명을 따라간 것인지
의문(?) 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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