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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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파도 _ 자작 詩
바람과 친구하며제주 파도가 달려온다 때로는 다정하게때로는 매몰차게해안을 세차게 때린다 부서지고 또 부서져도다시 일어나끝없이 바다로 돌아간다 저 파도는지구가 다하는 날까지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앞에 선 나는잠시 머물다 사라지는작은 생명 하나 영원한 것 앞에서유한한 존재는말을 잃고 고개를 숙인다 오늘도 파도는아무 말 없이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어디쯤 와 있느냐고 ※ 9월 제주 올레길을 걷다가, 파도를 보며.... - 2026년 9월 08일(火, 乙酉日) 원강(沅杠) 씀 -
2026.09.09 -
≪마흔 해의 여정≫ _ 단편 소설 17장 (자작 글)
17장. 다시, 배움 S전자에서의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갔다. 전문대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철수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전문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다고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입사한 지 이 년째 되던 해, 철수는 편입을 결심했다. 회사에서 약 60킬로미터쯤 떨어진,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대학이었다. 1997년 3월, 철수는 그 학교 경영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그해는 나라 전체가 흔들리던 때였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며 회사도 어수선했고, 언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그런 시기에 다시 학업..
2026.09.09 -
제주 바람 _ 자작 詩
올레길을 걷는다푸른 바다 너머로제주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 한 줄기에문득 지나온 날들이 밀려온다 돌담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수없이 흔들리고때로는 길을 잃었던 시간들 그래도 나는그 바람을 맞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거센 바람 앞에서도더는 두렵지 않다 바람이 불면그저 온몸으로 맞으며 걷는다바람은 나를 흔들지만결코 나를 꺾지는 못한다 오늘도 제주 바람 속에서나는 지나온 삶을 품고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 9월 제주 올레길을 걷다가, 지난 날을 회상하며.... - 2026년 9월 07일(月, 甲申日) 원강(沅杠) 씀 -
2026.09.08 -
≪마흔 해의 여정≫ _ 단편 소설 16장 (자작 글)
16장. 31년의 시작 1995년 4월 3일, 철수는 S전자에 입사했다. 본사에서 진행된 입문교육을 마치고 퇴소하던 날, 철수는 양복 왼쪽 옷깃에 회사 배지를 달았다. 작은 금속 조각에 불과했지만, 철수에게는 그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병원 접수대에 앉았던 열여덟의 자신과, 지금 이 배지를 단 스물일곱의 자신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철수는 경북 소재 사업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직원 수만 약 4,000명에 이르는 큰 사업장이었다. 사업장 입문교육과 현장실습이 약 세 달간 이어졌다. 그 뒤 인사팀으로 배치되어, 첫 업무로 급여담당자 일을 시작했다. 급여담당자는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임직원들의 급여와 상여 지급은 물론, 근태 관리, 연말정산까..
2026.09.08 -
≪마흔 해의 여정≫ _ 단편 소설 15장 (자작 글)
15장. 전문대, 수석 전문대 입학을 앞두고, 철수는 병원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학기 중에는 3교대 중 주간과 야간만 맡고, 방학이 되면 오후와 야간을 도맡겠다는 제안이었다. 다행히 동료들이 흔쾌히 배려해주었다. 그 덕분에 철수는 학교 출석에 큰 지장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야간 경영학과 강의실에는 철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낮에는 저마다의 일터에서, 밤에는 책상 앞에서 씨름하는 이들이었다. 오십여 명 남짓한 동기들 중, 철수는 나이로 따지면 두 번째로 많은 축에 속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형 동생 하며 어울리는 사이가 되었다. 함께 밥을 먹고, 시험 전날 함께 밤을 새우고, 가끔은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서로의 고단함을 나눴다. 그렇게 어울리는 시간..
2026.09.07 -
≪마흔 해의 여정≫ _ 단편 소설 14장 (자작 글)
14장. 다른 세계 행정과에서의 군생활은 이등병 시절부터 순조로웠다. 서류를 정리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일에서 철수는 곧잘 두각을 나타냈다. 행정주임상사는 그런 철수를 눈여겨보며 종종 칭찬을 건넸다. 업무를 제법 잘한다는 평판이 붙었고, 그것이 훗날 블랙리스트 문제로 대대장이 전투중대 재배치를 고려했을 때도 철수가 행정과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 사이 수많은 선임과 후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 유독 눈에 밟히는 이들이 있었다. 대학교 재학 중에 입대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교련 과목을 이수했다는 이유로, 짧게는 45일, 길게는 90일씩 복무 기간을 단축받았다. 제대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철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자신에게는..
2026.09.04